본문 바로가기
복지정보

경로당이 달라진다: 식사부터 치매예방까지 책임지는 복지 거점

by 사회복지사 실비아TV 2025. 4. 4.

시작하며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을 위한 새로운 복지 모델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기존의 주간보호센터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돌봄 시스템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최근 한 세미나를 통해 흥미로운 제안이 나왔다. 다름 아닌 '경로당'을 복지 인프라로 적극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1. 고령사회를 위한 전략 회의, 경로당이 주목받는 이유

올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는 ‘고령친화 산업과 에이지테크 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복지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주제는 다름 아닌 경로당의 역할 재조명이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약 6만8,000개의 경로당이 운영 중이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주간보호센터 수에 비해 10배가 넘는 규모다. 접근성도 뛰어나 대부분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기존의 복지 시설 확충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단순한 쉼터에서 복합 복지 공간으로

과거의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쉼터의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설 환경과 운영 방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새로 건립되는 곳 중 일부는 '스마트 경로당'으로 지정돼 기술 기반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 운동 기구,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 등이 포함된다.

또한, 비대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활동 프로그램에 영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요가나 문화 강의, 건강 교육 등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경로당에서 그대로 활용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3. 식사 제공까지 확대된 기능

경로당이 변화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식사 기능'이다. 혼자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게 힘든 어르신들에게 경로당은 편리한 식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신체 상태는 괜찮지만 일상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다.

현재 전국 경로당의 약 80% 이상이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과거 주 3~4회 정도 제공되던 것이 최근 들어 주 5일 운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양곡 구입비와 운영 예산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약 2만6,000명의 급식 지원 인력을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4. 정부가 기대하는 경로당의 미래 역할

정부의 방향은 경로당을 주야간보호센터와 같은 정식 돌봄시설로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이 경로당을 통해 여가, 식사, 교육, 건강관리까지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분들은 기존의 보호시설로 유입되도록 하고, 전체 복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단순한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라,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와도 연결된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예상한 정부는 경로당이 주간보호시설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5. 앞으로 더 기대되는 변화

현재 스마트 경로당은 전국 27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총 1,391개소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술과 행정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향후에는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같은 전문 인력이 경로당에 상주하는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공간의 역할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복지 모델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경로당이 지역 내 복지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마치며

경로당은 오랫동안 지역 사회의 노인 여가 공간으로 기능해왔지만, 이제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치매 예방, 건강 관리, 식사 제공, 여가와 교육 프로그램까지 복합적인 기능이 더해지면서, 경로당은 점점 더 실질적인 복지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빠르게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서, 기존 시설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로당을 활용한 복지 확장 전략은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복지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단순한 정책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노인을 대하는 사회 전체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